후지필름 X-T10

일상속|2015. 6. 30. 07:20

후지필름이 올 봄의 끝자락에 선보인 신제품은 다소 의외였지만¸ 후지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X-T10은 X 시리즈의 플래그십 모델인 X-T1을 소형화한 버전으로 하드웨어 성능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완전히 똑같습니다. 


보통 작고 귀여운 마이너한 버전으로 매출 증대를 노리는 타 브랜드와는 전혀 가는 길이 다릅니다. 그저 휴대성을 강화해 평소에 늘 지니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편하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성능만 놓고 보면 최근 발표된 4.0 버전을 기본 탑재하고 있어 AF 성능은 X 시리즈 중 가장 출중하다『펌웨어 업그레이드를 거치면 X-T1의 AF 성능도 X-T10 급이 된다』. 가격 하락 요인이 없어서인지 국내 출시가도 99만9천원으로 만만치 읺습니다




X-T1처럼 1600만 화소에 최고 성능의 전자식 뷰파인더도 그대로다. LCD 화소수는 약간 줄었지만¸ 차이가 눈으로 드러날 정도는 아닙니다. 마그네슘 소재 바디로 강성도 뛰어나고 적당한 무게감『381g』에 클래식하며 우아한 디자인은 좋은 만년필마냥 소유욕을 자극합니다.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조작 환경입니다. ISO 대신 모드 다이얼이 생겼습니다. S¸ CL¸ CH를 비롯해 파노라마까지 일반적으로 보급형 모델처럼 사용이 쉽게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른편 상단에 셔터 속도 다이얼 밑에는 측광 다이얼 대신 자동 모드 레버가 생겼습니다. 이 레버를 AUTO 쪽으로 당기면 자동 장면 모드가 활성화돼 초보자도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팝업 플래시도 탑재했습니다. 왼편 모드 다이얼 밑에 레버를 당기면 플래시가 튀어 오르겠습니다. X-T10의 설계에서 유일하게 거슬리는 부분입니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레버를 플래시 기능에 사용한 점은 동의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근래 새로 출시된 16mm F1.4 렌즈처럼 크기가 큰 렌즈를 사용할 때는 경통 때문에 그림자가 생깁니다. 플래시 기능 자체는 탁월하지만¸ 높이의 한계 때문에 27mm 같은 팬케익 스타일 단렌즈에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후지필름이 생각한 X-T10의 정체성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10-24mm나 14mm같은 큰 렌즈 대신 작고 가벼운 단렌즈와 함께 늘 지니고 다니면서 일상을 스케치하거나 X-T1의 보조용으로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출시된 18-55mm 킷은 의아한 선택입니다. 더 가볍고 잘 어울리는 XC 16-50mm 렌즈『은색 바디에 은색 렌즈는 남녀노소 호불호가 없는 디자인이다』가 있는데 왜 검은색 밖에 없는 고성능 렌즈를 고집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가벼우며¸ 웹용이나 일상 스케치에는 충분한 화질인데 말입니다. 




지금껏 출시된 X 시리즈 중 가장 빠르고 정확한 얼굴인식 AF 성능을 갖췄습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촬영이 이루어집니다.

X-T1과 하드웨어 성능은 동일하다고 했지만『공개된 스펙 상으로도 그렇다』¸ 체감 성능은 분명 한 수 위다. 특히 AF 기능과 속도가 후지필름 제품인가 싶을 정도로 확연히 나아졌습니다. 얼굴인식의 경우 어느 각도에서나 빠르고 정확하며¸ 눈 인식 모드가 추가되어 16mm F1.4 렌즈처럼 심도가 극히 얕은 렌즈를 사용할 때 활용도가 무척 높습니다. 또 와이드 앵글을 촬영할 때¸ 거리를 스케치할 때¸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때 개선된 AF 성능이 빛을 발합니다. AF 트래킹이나 그룹 AF 성능만 놓고 보면 니콘 DSLR 중급기 수준입니다.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운 X-T10은 여행지 스냅 사진을 찍는데 최적의 카메라다.

분명 작아졌지만¸ 큰 줌렌즈나 단렌즈를 쓰기에 어색하진 읺습니다. 단렌즈의 경우엔 오히려 작은 바디가 주는 효용이 상당합니다. 작은 가방에 휴대하기 편하고¸ 조작도 편합니다. 방진방습이 안 되는 점은 아쉽지만¸ 사막이나 초원을 몇날며칠씩 여행하는 게 아니라면 여행 시 동반하기 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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