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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영화이야기|2016. 9. 16. 11:56


감독ː 크리스토퍼 놀란

배우ː 매튜 맥커너히¸ 제시카 차스타인¸ 앤 해서웨이¸ 맷 데이먼

장르ː SF

등급ː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ː 169분

개봉ː 11월 6일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미래. 지난 세기에 걸친 과도한 개발로 인해 환경은 파괴되고 식량은 부족해져 전 세계는 생존 문제에 직면해있습니다. 전직 우주비행사지만 지금은 농부인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아내가 죽고 두 남매를 홀로 키우며 점점 황폐해지는 환경에서 살아남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쿠퍼와 딸 머피는 이상한 신호를 쫓아 신호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합니다. 그곳은 바로 해체된 줄 알았던 NASA가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NASA는 지구를 대체할 수 있는 행성을 찾는 연구를 긴 시간동안 진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쿠퍼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우주 탐험에 동참하게 됩니다. 반드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쿠퍼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한 채 희망을 찾아 우주로 떠나는데... 


『인터스텔라』는 점점 황폐해지는 지구를 대체할 수 있는 행성을 찾고자 우주를 탐사하는 여정을 그립니다. 이 여정에 동참한 자들은 인류의 존속이든¸ 자녀를 지키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든¸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은 같습니다. 광활하고 적막한 우주를 압도적인 비주얼로 그려내고 미래 지구의 사실적 묘사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인터스텔라』는 비폭력적이고 의도된 악의 없이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들이 희망을 안고 찾아가는 미지의 행성에는 목숨을 위협하는 괴생명체도 외계인도 없습니다. 단지 인간이 살기 힘든 환경을 조용히 보여줄 뿐입니다.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그들에 대해 『인터스텔라』는 영화 전반에 많은 복선과 암시를 깔아놓지만 친절하게도 정답을 직접 제시함으로써 관객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습니다. 설득력 없는 결말 또한 아쉽지만 그럼에도 장점들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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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블러드

영화이야기|2016. 9. 8. 23:54


감독ː 존 스톡웰

배우ː 캠 지갠뎃¸ 대니 트레조¸ 지나 카라노

장르ː 액션

등급ː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ː 108분

개봉ː 10월 8일


푸에르토리코의 화려한 캐리비안섬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에바『지나 카라노』는 자신을 한없이 믿고 사랑해주는 남편 데릭『캠 지갠뎃』과 함께 꿈같은 시간을 즐깁니다. 현지에서 우연히 만난 가이드 마니를 통해 이색적이고 짜릿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던 에바와 데릭은 세계 최장 길이의 짚라인을 타던 중 사고로 데릭이 추락하게 됩니다. 응급차를 타고 푸에르토리코 시내의 병원으로 후송된 데릭을 뒤쫓아 온 에바는 어느 병원에서도 데릭의 존재를 찾을 수 없자 울부짖으며 남편을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정작 경찰은 낯선 이방인인 그녀를 폭력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여기며 오히려 그녀를 남편을 살해하고 유산을 가로채려는 살인용의자로 지목하는데... 


『인 더 블러드』는 어두운 과거를 극복하고 막 행복의 문턱에 들어선 새신부가 실종된 남편을 찾는 과정을 그린 맨몸 액션 활극입니다. 여전사를 전면으로 내세운 기존 영화와의 차별점은 명백합니다. 부러질 듯한 몸매로 먼치킨적인 물리적 능력을 보여주는 여타 여전사들과 달리 에바는 외모에서부터 강한 힘을 분출합니다. 에바를 연기한 전직 MMA 여성 챔피언 지나 카라노의 실존 격투기를 통해 『인 더 블러드』는 리얼 액션영화로서 한 층 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은 후반부로 갈수록 동력을 잃고¸ 남편을 찾기 위해 거침없이 냉혹한 잔인함을 보여주던 에바의 카리스마도 점점 옅어집니다. 『인 더 블러드』를 그저 그런 액션영화로 머물게 하는 엉성한 결말이 아쉽지만¸ 카리브해의 강한 태양과 에바의 강인한 아름다움의 조화는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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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두 얼굴

영화이야기|2016. 8. 22. 13:07


감독ː 호세인 아미니

배우ː 비고 모텐슨¸ 커스틴 던스트¸ 오스카 아이삭

장르ː 스릴러

등급ː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ː 96분

개봉ː 9월 11일


여름휴가차 아테네에 온 체스터『비고 모텐슨』와 콜레트『커스틴 던스트』는 아테네 신전에서 그들에게 호감을 느끼며 접근한 여행 가이드 라이달『오스카 아이삭』을 만납니다. 한편¸ 체스터는 자신을 찾아온 또 한명의 낯선 남자와 몸싸움을 벌이다 그를 죽이게 되고 사건을 은폐시키려 하지만 라이달에게 범행을 들키고 만다. 체스터 커플은 아테네를 빠져 나가기 위해 라이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세 사람 사이의 묘한 의심과 긴장감 속에 여행이 시작되는데... 


『1월의 두 얼굴』은 도덕적 양면성을 가진 두 남자가 각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상대방의 죄를 묵인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을 담은 심리 스릴러다. 『드라이브』의 각본을 쓴 호세인 아미니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기도 한 『1월의 두 얼굴』은 이야기의 향방을 결정하는 가시적 사건보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서 유발되는 두 남자의 심리적 긴장이 더 흥미롭다.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체스터와 라이달의 아이러니한 상황은 위기감을 조성하고¸ 상대의 조그마한 동작과 눈빛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두 인물의 긴장감은 배우들의 긴밀한 호흡으로 인해 더욱 그 빛을 발합니다. 영화 속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아테네 풍경과 이스탄불의 이국적인 모습도 『1월의 두 얼굴』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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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기억

영화이야기|2016. 8. 17. 23:03


감독ː 이권

배우ː 강예원¸ 송새벽¸ 박그리나

장르ː 로맨틱 코미디

등급ː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ː 93분

개봉ː 8월 20일


은진『강예원』은 씁쓸한 기억만 남긴 여섯 번의 연애 후 다시는 연애 따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은진 앞에 나타난 순수하고 로맨틱한 현석『송새벽』으로 인해 은진은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은진은 그동안의 허망한 연애는 모두 잊을 만큼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나 은진의 마음은 결혼을 앞두고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현석으로 인해 또 다시 불안해집니다. 우연히 현석의 핸드폰에서 낯선 여자의 수상한 문자를 발견하게 된 은진은 행복했던 일곱 번째 연애마저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현석의 뒤를 쫓습니다. 그리고 현석에 대한 믿을 수 없는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다양한 장르의 매력이 조화롭게 섞인 『내 연애의 기억』은 장르 전환이 자연스럽고 이질감 없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돋보입니다. 전반부에 소개되는 은진의 가벼운 피해망상은 영화의 코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억울하게 의심받는 현석에 공감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현석의 비밀이 밝혀지는 후반부의 충격은 배가되고 『내 연애의 기억』은 코믹이 가미된 스릴러로서 그 빛을 발합니다. 또한 현석의 비밀을 알게 됨에도 불구하고 현석에게 미련을 보이는 은진의 모습은 후반부 전개되는 스릴러에 로맨스의 매력을 더합니다. 현석의 과거를 단번에 설명하는 애니메이션은 영화의 흐름을 다소 늘어뜨리지만 흥미로운 시각적 요소를 더하며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킵니다. 겁 없이 망가지는 강예원의 코믹 연기와 송새벽의 능청스런 연기는 『내 연애의 기억』의 혼합된 장르를 매끄럽게 이어 영화를 진행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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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3D

영화이야기|2016. 8. 14. 12:07


감독ː 박규택

배우ː 정유미¸ 연유진¸ 송재림¸ 정시연¸ 손병호¸ 이시원

장르ː 공포

등급ː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ː 90분

개봉ː 8월 20일


재벌 2세인 기철『송재림』과 그의 연인 유경『이시원』의 권유로 함께 여행을 간 은주『정유미』. 리조트는 개장 준비로 한 창이고 여행을 함께 간 다섯 명은 관리자 동준『연우진』의 안내로 리조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한 사고로 김씨『송병호』를 죽이게 됩니다. 사건을 은폐하고자 이들은 20년간 출입이 금지된 폐쇄된 광산 속 터널에 시체를 버립니다. 단 한 순간도 머물지 않고 싶은 터널에서 벗어나려는 던 이들은 유경이 사라진 것을 발견합니다. 터널 안에 누군가가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누군가 그들을 향해 점점 다가오기 시작하는데... 


폐쇄된 지 오래 시간이 흐른 후 관광지로 거듭난 탄광을 배경으로 3D로 제작된 『터널 3D』는 사고로 매몰된 광부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흥미롭게 출발합니다. 새로운 리조트 개장에 앞서 놀러간 젊은이들과 그들 사이의 은밀한 갈등¸ 수시로 등장하여 탄광을 떠날 것을 종용하는 정신이상자는 탄광에 얽힌 저주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단서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스토리는 방향을 잃습니다. 캐릭터들의 행동은 개연성을 찾기 힘들고 영화의 장면들은 겉돌아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합니다. 스토리텔링과 공감각적 긴장에서 오는 공포가 아닌 깜짝 놀라게 하기 급급한 공포 유발은 횟수가 거듭될수록 지루하고 긴장감을 떨어뜨립니다. 3D 효과 또한 미미하고¸ 매끄럽지 못한 연출과 힘이 들어간 배우들의 연기를 상쇄할 만한 그 어떤 요소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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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뷰티

영화이야기|2016. 8. 8. 21:20


감독ː 파올로 소렌티노

배우ː 토니 세르빌로¸ 사브리나 페릴리¸ 세레나 그랜디¸ 이사벨라 페라리

장르ː 드라마

등급ː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ː 141분

개봉ː 6월 12일


나폴리에서 로마로 온 26살 청년은 상류사회에 휩쓸리듯 스며들었고¸ 그 안에서 왕이 되고 싶었다고 고백합니다. 사교계의 왕은 바로 유명 잡지에서 인터뷰어로 활동하고 있는 65세의 젭 감바르델라『토니 세르빌로』다. 젭은 40년 전 발간했던 첫 소설이자 마지막 소설인 인체기관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았던 소설가이자 로마 최고의 셀러브리티다. 그러던 어느 날¸ 젭은 첫 사랑의 죽음을 듣게 되고 이후 잊고 있던 과거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는데... 


『그레이트 뷰티』는 로마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고유의 신성함과 현대 로마의 세속적인 모습¸ 빠른 템포의 하우스 뮤직과 오페라 아리아의 앙상블¸ 냉소적이지만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등 언뜻 보기에는 대조적인 요소들을 환상과 일상을 오가는 미장센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동시에 끊임없이 관객에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언제인지를 묻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이며¸ 그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가¸ 라는 근원적인 물음이며¸ 이는 곧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삶의 수많은 가치 중 무엇을 중요시 여길지에 따라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원하지 않는 일에 낭비할 시간은 없다는 사실을 불현 듯 떠올린 젭과 같이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통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인생의 화양연화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영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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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영화이야기|2016. 7. 4. 11:32


같은 병원 동료의사인 민수『김동윤』와 효진『류현경』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립니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식은 눈속임. 게이인 민수와 레즈비언인 효진은 서로의 목적에 이루기 위해 위장결혼을 한거다. 효진은 민수가 아닌 애인 서영『정애연』과 이웃집에서 같이 삽니다. 밖에서는 깨가 쏟아지는 신혼부부처럼 보여야 하고 집에 와서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민수와 효진. 하지만 이들의 이중생활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연락도 없이 찾아오는 민수의 부모 때문에 일대 소동이 벌어지고¸ 병원에서도 위장결혼이 들통 날까 걱정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게이바를 찾은 민수는 석『송용진』을 만나게 되고¸ 이내 사랑에 빠집니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은 커밍아웃을 한 김조광수 감독의 첫 장편영화 입니다. 10대 소년들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린 『소년¸ 소년을 만나다』¸ 20대 게이 청년들의 연애담을 그린 『친구사이?』에 이어 감독은 30대 게이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분위기가 어둡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밝고 유쾌합니다. 이성애자에서 동성애자로 주인공들이 바뀐 것 뿐¸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타 로맨틱 코미디와 흡사합니다. 위장 결혼으로 인해 벌어지는 다수의 에피소드들은 경쾌하게 흘러갑니다. 여기에 민수의 친구들로 나오는 게이 합창단 G-voice의 멤버들이 등장해 계속해서 웃음을 전합니다. 


영화가 빛을 발하는 지점은 실제 게이나 레즈비언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스스럼없이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극의 중심에는 성소수자들에게 큰 벽인 커밍아웃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민수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지 못해 위장결혼을 하고¸ 그 사실이 밝혀질까 매번 불안해합니다. 커밍아웃을 해도 문제는 생깁니다. 민수와는 다르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 석이 또한 결혼을 앞둔 동생에게 왜 끝까지 숨기지 않았냐고 모욕과 멸시를 당합니다. 효진 또한 병원에서 레즈비언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감독은 흥겨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현실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을 삽입¸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의 현실을 드러냅니다. 게이 커플에 비해 레즈비언 커플에 대한 이야기가 적은 것과 투박한 연출력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그 단점을 메우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갑니다. 김조광수 감독이 연출하는 40대 게이들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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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영화이야기|2016. 7. 3. 10:40


1963년 탄생한 마블 코믹스의 어벤져스는 엄청난 영화적 잠재력을 지닌 만화였습니다. 문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데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다층적이고¸ 세계관은 방대했습니다. 여기에 입맛 까다로운 코믹 북 팬들의 기대에 대한 부담¸ 캐릭터에 부합하는 배우를 찾기 위한 험난한 캐스팅 과정『비용적인 부분에서도』¸ TV 시리즈에 적합할만한 이야기를 2시간 남짓으로 압축해야 하는 각색.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어 보였습니다. 피 말리는 작업이 될 게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마블 스튜디오는 상상 속에서만 활보하고 있던 히어로들의 만남을 스크린 안에 기어코 구현해 냅니다. 마치 할리우드가 왜 꿈의 공장인가를 확인사살해 주겠다는 듯.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프로젝트를 위해 마블 스튜디오가 그 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과 끈기 입니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거대 프로젝트에 돌입한 마블 스튜디오는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2』 『퍼스트 어벤져』 『토르 ː 천둥의 신』을 차근차근 내 보내며 『어벤져스』의 밑그림을 그려나갔습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모험이라 했고¸ 누군가는 고집이라 했고¸ 누군가는 미친 짓이라 했습니다. 다행히 각 퍼즐조각이 모여 완성된 『어벤져스』는 이 프로젝트가 미친 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합니다. 슈퍼히어로 물의 지적 수준을 끌어올린 『다크나이트』같은 걸작은 아닐지라도¸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항로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어벤져스』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어벤져스』에서 중요한 건 독창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관건은 독고다이 영웅들을 어떻게 규합해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다. 개성 강한 주연급 캐릭터들을 데려다가 출연 분량을 쪼개고 누구 하나 섭섭하지 않게 비슷한 무게감을 부여하는 작업은¸ 그럴싸한 악인 캐릭터 하나 만드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든 일입니다. 이 모든 걸 영리하게 조율해 낸 이는 조스 웨던입니다. 마블 코믹스의 팬이기도 한 조스 웨던은 캐릭터 각각의 특성과 이미지를 멋지게 이용할 줄 알았습니다. 고지식한 사고방식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특유의 자뻑 정신으로 무장한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셰익스피어 말투를 구사하는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반전에 가까운 유머감각을 보여주는 헐크『마크 러팔로』¸ 레골라스 버금가는 신궁 실력의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 미녀는 멍청하다는 통념에 반기를 드는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이들의 이질적 성격이 만나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양념처럼 사용된 유머도 발군입니다. 웬만한 코미디 영화보다 좋은 강력한 유머들이 곳곳에서 터집니다. 단¸ 앞선 마블 영화를 얼마나 챙겨봤느냐에 따라 체감 재미가 다르다는 점에서¸ 『어벤져스』는 모두에게 공평하지 읺습니다.『영화를 100% 즐기려면¸ 예습은 필수라는 얘기 입니다.』 


극 후반 벌어지는 시가전은 입이 딱 벌어지는 쾌감을 선사합니다. 신선한 전투장면을 보여줘서가 아닙니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 엄청난 물량공세가 있어서도 아닙니다. 전쟁 속에 있는 게 바로 그들¸ 히어로들이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따져 기존 히어로무비와 크게 다를 게 없는 플롯의 『어벤져스』를 기발하고 특별해보이게 만드는 건 팀으로 뭉친 히어로들입니다. 각자의 영역 안에서 홀로 활동하던 캐릭터들이 경계를 허물고 나와 함께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짜릿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히어로들의 필살기를 한 자리에서 만나는 건¸ 영화라기보다 이벤트에 가깝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기대는 유효합니다.『엔딩 크레딧 후에 다음 편을 암시하는 쿠키 영상이 나옵니다.』 어벤져스는 언제라도 와해될 수 있는 불완전한 팀입니다. 팀의 욕구가 히어로 개인의 욕망을 막아서는 순간¸ 이들은 서로의 목에 칼을 들이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언젠가는 들이댈 것입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어벤져스로 뭉친 마블의 히어로들은 시빌 워『마블 코믹스의 또 다른 작품』에 이르러 내전을 벌입니다. 『아이언맨 2』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ː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져』가 『어벤져스』를 위한 포석이 됐듯¸ 마블 스튜디오는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서 『어벤져스』 속편도 『시빌 워』를 위해 희생『?』시킬 준비가 돼 있을 것입니다. 아쉽냐고? 설마! 시빌 워 영화화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어벤져스』가 주는 흥분은 상당합니다. 이 거대한 쇼의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인지 모르겠습니다. The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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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의 도시락

영화이야기|2016. 7. 2. 09:50


철 되면 찾아오는 성룡 영화처럼 이제 인도영화는 영화제에서만 잠깐 들여다보는 마니아용 영화에서 대중영화로 자리매김 중입니다. 흥겨운 음악¸ 화려한 편집¸ 인도산 향신료를 뿌려놓은 듯한 다채로운 색감과 빼어난 영상미까지¸ 발리우드 영화는 웰 메이드의 집합입니다. 성공한 원작을 발리우드산 향료를 사용해 재탄생시키며 인도영화계는 할리우드 다음으로 손꼽히는 영화공장이 됐습니다. 마치 해외 유명 영화를 어떻게든 자국용 리메이크로 재생산해야하는 할리우드의 강박이 떠오를 정도로 산업적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미타브 밧찬이나 샤룩 칸으로 대표되는 스타영화를 넘어 우리나라에도 속속 인도산 대중영화들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스탠리의 도시락』은 『옴 샨티 옴』 『내 이름은 칸』 『세 얼간이』 등 최근 인기를 얻은 인도 영화들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솝우화 수준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발리우드의 유산을 기꺼이 계승합니다. 문제는 매혹적인 영상과 흥겨운 음악이 동행하지만 강렬한 스토리가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점심시간 도시락을 주제로 펼쳐지는 가슴 따뜻한 동화를 그리는 영화는 아동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과잉이 미덕인 발리우드산 영화를 기대하고 간다면 『스탠리의 도시락』이 내미는 반찬은 조촐해 보일 것입니다.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교실에서만 붙박이로 진행되는 영화는 행동반경이 좁아 이야기를 더 단조롭게 보이게 합니다. 드라마의 중심 갈등인 식탐 선생과 어린 제자의 선악 구도는 반복을 거듭합니다. 톰과 제리식의 단순한 선악구도는 금세 물릴 수밖에 없습니다. 악역 선생의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우화로 보기에도 설득력을 잃습니다. 헐거운 이야기를 음악으로 대체하려는 과잉과 감동이 부재한 슬로모션은 강박적입니다. 단순하고 착한 이야기가 항상 모자란 것만은 아닙니다.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에서 3등 상품 운동화를 획득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늦추던 남매의 모습은 슬며시 미소를 띠게 했습니다. 관객을 움직였던 이 우화 같은 이야기 작법이 『스탠리의 도시락』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사실 영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마지막 십분 속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1¸200만 명의 인도 어린이들이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일당으로 12시간 노동을 착취당한다는 현실¸ 이것이 『스탠리의 도시락』을 제작된 진짜 이유 입니다. 아동노동착취를 본론으로 하고 싶었던 영화는 당의정으로 도시락과 식탐선생 일화를 살로 붙였습니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싶다는 의도는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메시지가 올곧다 해도 설득력을 잃는 이야기 작법은 동화로만 보기에도 무책임합니다. 발리우드 특유의 웰메이드를 생각하고 총천연색 십이 첩 밥상 정도를 기대한다면 전체관람가용 권선징악 우화에 포만감을 느끼기는 어렵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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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퀸

영화이야기|2016. 7. 1. 11:08


엄정화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댄싱퀸입니다. 무대에서 노래할 때 가장 멋져 보입니다. 그런 그녀가 만약 가수가 안 됐다면 어땠을까요? 『댄싱퀸』은 마치 그 가정을 보여주는 영화 같습니다. 


초반 스피드가 빠릅니다. 정민『황정민』과 정화『엄정화』가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 하고¸ 애를 낳아 살아가는 모습이 런던 보이즈의 할렘 디자이어를 배경으로 순식간에 휘몰아친다. 경쾌한 음악이 끝나고 시계가 2012년에 멈추면 영화는 비로소 하고 싶은 얘기를 꺼냅니다. 왕년의 신촌 마돈나 정화는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동네 문화센터에서 에어로빅을 가르치는 가정주부로 변해 있습니다. 정민은 인권변호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처가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기죽은 가장입니다. 빡빡한 현실이고¸ 무료한 나날입니다. 내 꿈은 이대로 끝나는 걸까요. 자괴감에 빠지려던 찰나¸ 전철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며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정민은 서울 시장 후보에까지 오르겠습니다. 정화는 슈퍼스타 K에 지원했다가 댄스 그룹 멤버가 될 기회를 얻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 등 많은 영화들이 주창했던¸ 잊고 있던 꿈과 도전에 대해 이야기 입니다. 차별점이라면 부부가 동시에 주체자로 나선다는 점인데¸ 이 과정에서 아쉽게도 억지스러운 장면들이 들어섰습니다. 남편이 아내의 이중생활을 전혀 눈치재치 못한다는 설정은 둘째치더라도¸ 기획사 매니저와 멤버들까지 정화에게 속아 넘어가는 설정은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의 잦은 등장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이를테면¸ 영화 초반 정민과 정화가 할렘 디자이어에 맞춰 전투 경찰들과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은 『써니』의 소녀들이 터치 바이 터치를 배경으로 시위하는 장면과 겹친다. 집 앞으로 몰려든 기자를 츄리닝 차림으로 맞는 정민의 모습에선 『노팅힐』의 휴 그랜트가 떠오르겠습니다. 연출의 창의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입니다. 마무리가 세련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억지 감동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방식은 동의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마음이 움직인다면¸ 순전히 황정민-엄정화 두 배우 덕입니다. 『댄싱퀸』은 명백히 배우의 영화 입니다. 엄정화의 삶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덕에¸ 캐릭터 질감이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정치를 다루는 방법이 지나치게 이상적이긴 하나¸ 황정민의 연기로 인해 현실성을 획득합니다.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모험은¸ 엄정화-황정민이기에 가능했으리라. 『댄싱퀸』은 『방과후 옥상』 『두 얼굴의 여친』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의 3번째 장편 영화 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 이은 황정민-엄정화의 두 번째 합작품이라는 점입니다. 두 사람의 호흡을 보고 있으면¸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는가를 짐작하게 됩니다. 아무리 말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배우가 영화를 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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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센스 다시보기

영화이야기|2016. 6. 29. 10:22


수잔『에바 그린』은 전 인류의 풀리지 않는 이상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는 그녀 앞에 재능 있고 매력적인 요리사 마이클『이완 맥그리거』이 나타납니다. 사랑에 냉소적이던 둘은 어느새 뜨거운 사랑에 빠져들고¸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행복을 만끽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감각이 하나씩 마비되는 원인불명의 현상이 나타나고¸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감각이 상실될 때마다 사람들은 난폭해집니다. 급기야 수잔과 마이클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만다. 


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흔한 경우지만¸ 재난영화에서 남녀의 로맨스는 빠지지 않는 요소다. 파국으로 치닫는 세상은 인간의 숨겨진 잔인성과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내는 경연장이 되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로를 의지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감정적인 유대감과 결속력도 그만큼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난영화에서 로맨스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대개는 주인공에게 행복을 안겨주거나¸ 혹은 비감을 증폭시키기 위한 인공적인 첨가물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퍼펙트 센스 다시보기』는 일단 차별화됩니다.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적 이미지가 가득한 재난영화이면서도 로맨스를 메인 테마로 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재난만큼 로맨스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차례로 감각을 잃는다는 이야기는¸ 그 설정만으로도 웬만한 공포영화 이상으로 끔찍하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잿빛 하늘과 오싹한 도시의 풍경이 내내 이어지는 탓에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어둡다. 영화는 도대체 바이러스가 왜 발생됐는지¸ 그 해결과정이 어떠한지를 추적하는 것에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감각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데 집중합니다. 청력을 잃은 상황에서는 모든 사운드를 없애고¸ 시력을 잃은 다음에는 화면을 아예 검게 덮어버린 후 내레이션으로 상황을 설명하는데¸ 이런 장치들은 관객들을 몰입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인 작용을 합니다. 감각이 없어진 후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위화감과 충격을 관객들에게 인상 깊게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조연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이완 맥그리거와 에바 그린이 영화를 거의 이끌어간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두 배우의 탁월한 표정연기는 만점에 가깝다. 


사실 인간에게 감각의 상실이란 최소한의 생존에 있어서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청각을 잃으면 시각이 극도로 발달하고¸ 시각을 잃으면 촉각이 활성화되는 예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얼핏 역설적으로 보이는 『퍼펙트 센스 다시보기』라는 제목은 모든 감각을 잃고 나서야 진정한 감각에 눈을 뜰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독이 주장하는 모든 감각의 완성은 사랑입니다. 그것은 남녀 간의 플라토닉 러브라고 할 수도 있고¸ 좀 더 넓게 보면 이해심과 배려 등 인간세상의 보편적인 미덕을 포괄하기도 하며¸ 마지막에는 마음으로 귀결됩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감각을 잘라내 버려도 과연 마음이 유지될 수 있는가¸ 마음이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런 의문에 대해 『퍼펙트 센스 다시보기』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답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이 답은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순진하고 비현실적인 믿음으로 보입니다. 관객들이 이 의문에 각자 어떤 답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판이하게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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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트

영화이야기|2016. 4. 13. 11:29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공포영화들은 눈에 띄는 확실한 임팩트는 없습니다. 강한 캐릭터가 영화 전체를 대표하거나 귀에 거슬리는 소리나 잔혹한 고어 장면을 늘어놓지 않으면서도 스산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의 공포영화는 공포 그 자체에 주력하기보다는 공포영화라는 장르 안에 여러 장르를 섞으면서 그 영화가 장르 안에 귀속되는 것을 막는 식이었습니다. 『로프트』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공포영화로서의 요소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화면과 사랑¸ 망상으로 표현되는 판타지가 담겨 있습니다.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소설가 레이코『나카타니 미키』는 출판사의 독촉으로 연애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인 모를 기침을 하고 심지어 흙을 토해내기도 합니다. 편집장은 건강과 집필을 위해 도시에서 떨어진 한적한 시골집을 소개해줍니다. 이삿짐을 풀던 레이코는 집 안에 있는 이상한 짐들을 발견하고¸ 밤에는 맞은편 창고에서 사람 형상의 짐을 옮기는 고고학자 마코토『토요카와 에츠시』도 보게 됩니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남자를 관찰하던 레이코는 그가 옮기던 것이 미이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이라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마코토와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편집장이 수상합니다. 집필을 이유로 레이코를 찾아오던 편집장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마코토와 관련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망상인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로프트』는 창고라는 의미다. 표면적으로는 영화에 등장하는 도회지를 벗어난 시골집을 의미합니다. 레이코가 새롭게 터전을 잡는 공간은 확 트인 공간으로 인해 오히려 그 범위가 좁아지고 경계가 만들어지는 압박의 공간입니다.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반대로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관념의 공간이고¸ 현실과 망상이 혼재하는 규명하기 어려운 장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장소적인 의미가 전부는 아닙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완벽하게 짜여진 폐쇄 공간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견고해 보이지만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고¸ 무미건조한 일상적 공간이지만 한 순간 사방을 조이는 공포의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창고라는 것은 단순한 공간적 배경이 아닌¸ 선과 악¸ 삶과 죽음¸ 미이라와 인간 등의 경계를 설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로프트의 규정은 현실과 망상의 경계다. 인간의 내면이 나약해질 때 어두운 본성이 드러난다는 점에 주목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영화 속에서 고고학자 마코토의 과거를 통해 잠재된 공포를 드러냅니다. 과거 레이코가 살던 집에 먼저 살았던 여자를 통해 마코토가 했을 수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을 통해 현재 그의 내면을 지배하는 어두운 면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마지막 장면이 드러나기 전까지 마코토의 기억이 현실인지 망상인지를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현실과 망상의 실체가 아닙니다. 인간의 나약함과 악한 본성이 평범하기만 한 일상을 공포로 바꾸는 과정 자체가 무서운 일입니다.



하지만 『로프트』는 단순히 공포영화의 일면만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공간을 보여주는 영상은 오히려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피사체를 잡는 모습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낯선 느낌을 줍니다. 이는 두 대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독특한 촬영 방법 때문인데¸ 보통의 촬영장처럼 풀샷과 클로즈업을 잡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대상을 거의 같은 각도와 사이즈로 잡는 기법입니다. 그럴꺼면 뭐하러 두 대의 카메라를 썼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는 미묘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익숙하지만 조금 어긋난 시선은 관습적인 영상에서 벗어난 낯선 영상을 선보입니다. 


『로프트』는 사건을 파헤치는 스릴러도¸ 감정을 증폭시키는 공포영화도 아닙니다. 장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영화 입니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이 일상을 잠식하는 두려움을 아름다운 화면으로 구현한 낯선 영화 입니다. 여기에는 살인사건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조금씩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는 타인에 대한 막연한 경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원한 아름다움과 사랑에 관한 탐욕과 저주다. 그로 인해 모든 것이 창고에 갇히게 되고 망상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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